DC143C'

목차

(작성중) Article: 앱의 미래는?

개요

제 블로그는 포트폴리오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처음 블로그를 작성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제 기술력과 개발자로서의 흥미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가까운 미래 이직 희망사의 인사담당자던, 먼 미래의 비즈니스 파트너던, 보여줄 대상이 명확했죠.

하지만 이번 글은 아닙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던 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명확한 의도는 있지만 실리적인 목적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포스트는 지금껏 작성해왔던 제 블로그 포스팅의 의도와 성격과는 동떨어져있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가장 “블로그” 스러운 포스팅일지 모릅니다.

평소 모바일 앱 개발자로서 스스로와 세상에 대해 고민했던 점들을 모아보는, 짧은 시선들입니다.

굳이 더 필요한가?

여러분의 스마트폰에는 몇개의 앱이 설치되어있나요?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일 겁니다.

카카오톡이나 토스같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설치해야하는 공룡 기업의 앱들도 있을 거고, 나만의 감성을 대변해주는 커스텀 카메라 필터 앱이나, 다가오는 기념일을 귀엽고 이쁜 UI로 담아주는 보다 개인적인 앱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또 다른 질문입니다.

하루에 몇개의 앱을 설치하시나요?

질문이 좀 이상했나요? 마치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 경험을 묻는 것 같아서 그런가요? 이상함을 느끼셨다면 정상일 겁니다.

매일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앱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벤치마킹 해야하는 IT 기획/마케팅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매일매일 스마트폰 앱을 반복적으로 설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제가 말을 굳이 빙빙 돌린 이유이자, 말씀드리고 싶은 지점이 여기입니다.

사람들이 앱을 설치하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은 수백 개 남짓이지만, 시장에는 하루에 수만 개가 넘는 앱이 쏟아집니다.

그러한 앱들 중 대다수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도 못한 채 앱스토어를 전전하다가, 대부분 유의미한 다운로드를 기록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이는 그런 앱을 만든 개발자들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저조차도 그러한 마이크로 앱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개발자로서, 신생 앱들을 직접 설치해보고 사용해본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최신 애니메이션 라이브러리로 무장한 화려한 UI, 버그 없이 잘 작동하는 깔끔한 기능들, 매력적인 가격 정책을 지녔음에도 그들은 선택받지 못합니다. 다운로드하더라도 고객의 스마트폰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하죠.

그들이 살아남지 못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1. 대체 가능한 경험만 지녔거나,
  2. 경쟁자보다 한 발 늦었거나,
  3. 더 나은 도구가 있거나.

혹은 이것들 전부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이미 편리하다.

세상은 이미 편리합니다.

ChatGPT처럼,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가려움’을 먼저 찾아 긁어주는 수준이 아니라면, 우리는 굳이 새로운 도구를 찾아 헤매지 않습니다.

상술한 듯 도구로서의 앱이 사람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이미 내 스마트폰에 깔려있는 것들만 해도, 딱히 삶에 불편한 점이 없습니다. 앱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굳이 선택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불편이 있어, 그걸 완벽하게 해결해줄수 있는 도구 앱을 찾아 앱스토어를 해매고, 마침내 찾아낸 앱으로 그걸 해결해본 경험이 최근에 몇 번이나 있으셨나요? 아마 많지 않으실 겁니다.

이제 필요한 도구를 찾아 시장을 해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도구를 찾아 시장에 들어온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건내주었을 때, 고객의 얕은 관심이 담긴 시선 한번이라도 비추어주면 다행인 시대가 왔습니다.

이제 앱의 승패는 편리함이라는 도구로서의 핵심 가치가 아닌, 마케팅 실력, 그리고 대체 불가능한 경험에서 갈릴지 모릅니다.

도구 이상의 가치: 보다 좁고 깊게.

그렇다면, 앱 개발자로서 더이상 앱을 만들기를 그만해야 할까요? 이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니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그건 너무 가혹하잖아요. 다만, 진입하고자 하는 시장을 다르게 바라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도구 앱 시장은 이미 거인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거인들에게 맞서는 일은 이제 무의미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들이 지닌 거대한 인프라와 고정 유저들을, 단순히 “더 많고 편리한 기능”으로 대적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토스보다 편리한 핀테크 앱을 만든다고 해도, 유튜브보다 샘플링 레이트 전송률이 높은 동영상 플랫폼을 만든다고 해도, 아마 선택받지 못할 확률이 큽니다.

이미 쓸 만한 망치가 있는데, 굳이 또 살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원리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편리한 도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내가 경쟁하려는 거인이 플랫폼이라면, 그 플랫폼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 플랫폼을 사용하는 모든 유저를 내 앱으로 끌고와야 한다는 겁니다. 플랫폼은 사용하는 유저에 규모에 따라 가치가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망치가 아니라, 이쁜 도자기 그릇이나 수제 러그를 만들어 팔아야 합니다.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자주 쓸수 있으면서, 지니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것들요. 그러면서 대체되지 않는 가치를 지녀야 합니다.

형태 없는 앱의 시대

형태보다 가치의 중요성. 앱 아이콘으로 표현되는 인터페이스 체계가 사라진다.